
⚠️ [Editor's Note: 2026년의 회고 & 긴급 경고]
멕시코의 세노테를 뒤로하고 넘어간 곳은 내 버킷리스트 1위, 쿠바(Cuba)였다. 미국과의 수교가 막 시작되려던 2016년의 쿠바. 그곳은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로 불시착한 듯했다.
(잠깐! 지금 쿠바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글 하단의 '미국 비자 주의사항'을 꼭 먼저 확인하세요. 2021년 이후 방문자는 미국 무비자 입국(ESTA)이 영구 박탈됩니다. 저는 2016년에 다녀온 '승리자'라 다행입니다.)
1. Irony: 1950년대 올드카와 2016년의 아이폰
하바나(Havana) 공항에 내리자마자 찌는듯한 더위와 코를 찌르는 건 매캐한 가솔린 냄새였다.
서울이었다면 인상을 찌푸렸겠지만, 이곳에서는 그 지독한 매연마저 '쿠바의 향수'처럼 느껴졌다.
도로는 정비가 안 돼 덜컹거렸고, 60년 묵은 엔진 소리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심지어 오픈카였다)
하지만 그 소음조차 이곳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심장 박동 같았다.
내가 탄 택시는 50~60년은 족히 된 미국산 올드카였다.
미국과 수교가 끊긴 후 부품이 없어 껍데기만 남은 차를 수십 년간 기워서 타는 차들.
운전석을 훔쳐보니 RPM 계기판 바늘은 '0'에 죽어 있었다.
그런데 기사님은 태연하게 핸드폰 거치대를 가리켰다.
죽어버린 계기판 위에서, 최신형 아이폰의 GPS 속도계가 빛나고 있었다.
멈춰버린 아날로그 차체와 21세기의 디지털 내비게이션. 이 기막힌 부조화(Irony)야말로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쿠바의 민낯'이었다.

2. 미식가는 오지 마세요 (콩, 콩, 그리고 고무타이어)
미리 말해두지만, 쿠바에서 '미식 여행'은 포기하는 게 좋다.
호텔 식당을 가도, 로컬 식당을 가도 접시 위엔 온통 '콩'뿐이다.
사회주의 배급제의 영향일까? 밥보다 콩이 더 많다.
"그래도 고기는 맛있겠지" 하고 큰맘 먹고 스테이크를 시켰다가 턱이 나갈 뻔했다.
한우나 한돈의 그 찰지고 고소한 맛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육즙이라곤 없는 퍽퍽함, 마치 타이어를 씹는 듯 질겅거리는 식감 앞에서 혀의 감각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불평은 없다. 이곳은 맛집 투어가 아니라 '생존 투어'니까.


3. 바라데로의 숨은 바다, 코랄 비치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 샵을 찾아 휴양지 바라데로(Varadero)로 향했다.
화려한 리조트 앞바다가 아닌, 차로 20분을 더 달려야 나오는 투박한 로컬 해변 '코랄 비치(Coral Beach)'.
- Point: Coral Beach (Playa Coral)
- Style: 쇼어 다이빙 (Shore Diving)
장비를 메고 갯바위를 걸어 들어가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물속 풍경은 꾸밈없이 소박했다.
미국인들도(당시엔 갈 수 없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거의 사람이 없어 한적한 바다.
오직 우리 팀의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함이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이틀간 바라데로에서 다이빙 후 다시 이틀은 쿠바의 남부 Bay of Pigs에서 다이빙을 했다.
- Point: Bay of Pigs / CUEVA DE LOS PECES (Playa Larga)
- Style: 쇼어 다이빙 (Shore Diving)
https://maps.app.goo.gl/oVDpNbFAQKMKxRwNA
코치노스 만 · 쿠바
★★★★☆ · 만/포구
www.google.co.kr





4. 10년 만의 재회: 'Son del Guaso'와 찬찬(Chan Chan)
쿠바의 밤은 낮과는 또다른 분위기다.
매일 저녁 라이브 클럽(Casa de la Musica)을 찾았다.
어디를 가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명곡 <찬찬(Chan Chan)>이 흘러나왔다. "De Alto Cedro voy para Marcané...마야리~"
그 애절한 기타 선율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2026년의 놀라운 발견] 이 글을 쓰며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10년 전, 그날 밤 내 앞에서 연주했던 그 밴드. 밴드 이름은 'Son del Guaso'. 영상 속 그들의 연주를 다시 듣는데, 순식간에 2016년 아바나의 그 매캐한 담배 연기와 모히또 향기가 방안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이 영상을 찾은 건, 어쩌면 쿠바가 내게 보낸 두 번째 초대장이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hi9zqQt8_E4&list=RDhi9zqQt8_E4&start_radio=1
호텔이건 어디건 음악이 나오면 약속이나 한 듯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살사를 춘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남미 특유의 끈적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그들 사이에서, 뻣뻣한 동양인 아저씨 하나가 구석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시가(너무 독해서 포기했다) 대신 익숙한 담배 한 개비, 그리고 라임 향 가득한 모히또 한 잔.
"아, 춤이라도 좀 배워 올걸." 흥겨운 리듬 속에서 혼자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생각했다. 비록 몸은 섞이지 못했지만, 모히또의 알콜과 <찬찬>의 선율만으로도 충분히 취하는 밤이었다. 그 고독마저 낭만이 되는 곳, 그게 바로 쿠바니까.

🚨 [필독] 2026년 기준 쿠바 여행 주의사항 (ESTA 박탈)
내 여행기는 2016년의 기록이다.
당시엔 멕시코나 캐나다를 경유해 비교적 자유롭게 들어갔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미국이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 날짜가 2021년 1월 12일이다. 이 날짜를 기준으로 운명이 갈린다.
2021년 1월 12일 '이후' 방문자는 미국 ESTA 발급 불가.
- 2021년 1월 12일 이후 쿠바를 방문한 이력이 있으면, 미국 무비자 입국(ESTA) 자격이 영구 박탈됨.
- 나중에 미국 여행이나 출장을 가려면, 대사관 인터뷰를 거쳐 까다로운 관광비자(B1/B2)를 정식으로 받아야 함.
나는 다행히 2016년에 다녀왔기에 미국 입국에 문제가 없는 '행운아'다. 지금 쿠바 여행을 꿈꾸신다면 '미국 여행 포기' 각오를 해야 하니 신중해야 한다!

Outro. 낭만과 현실 사이
불편하고, 시내는 시끄럽고 그리고 음식도 맛이 없었다.
하지만 매일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어디서든 담배를 필 수 있고, 내가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도 순박했고, 자연(특히 수중)이 너무 깨끗한..
무엇보다 지금은 다시 가볼 수 없는 나라. 그래서 더 강렬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아이폰 속도계에 의지해 덜덜거리며 달리는 올드카의 뒷모습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이제 카리브해의 낭만을 연기 속에 털어내고, 다시 문명의 세계로 돌아갈 시간.
다음 목적지는 태평양의 낙원, 캘리포니아(California)다.
[Next Episode] 👉 EP.5 캘리포니아: LA앞바다의 차가운 바다와 켈프 숲의 물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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