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쿠버 다이빙 세계일주 마지막 이야기다.
⚠️ [Editor's Note: 2026년의 회고]
47일간의 긴 여정. 이탈리아, 몰타, 이집트, 독일, 마이에미, 멕시코, 쿠바, 캘리포니아를 거쳐 마침내 종착지에 닿았다.
남들은 신혼여행으로 온다는 지상 낙원, 하와이(Hawaii). 하지만 내 옆엔 사랑스러운 신부 대신, 의리 넘치는 친구가 있었다.
이것은 47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기록이자, 다시 돌아갈 일상을 위한 다짐이다.
1. 우정 여행의 낭만: 신혼부부 틈바구니에서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
여기저기서 꽃목걸이를 건네받는 커플들 사이로, 칙칙한 남자 둘이 캐리어를 끌었다.
여행하는 동생 밥 사주러 LA까지 날아왔던 철형님. 결국 하와이까지 따라와 주었다.
심지어 모든 밥값은 그가 계산했다. (갓 형님!)
신혼여행이면 어떻고 우정 여행이면 어떠하리. 하와이의 바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달콤했다.



2. 오아후의 선택: 빅아일랜드 대신 와이키키
하와이 다이빙을 준비하며 고민이 많았다.
만타 가오리로 유명한 빅아일랜드? 고래가 나온다는 마우이? 하지만 47일간의 여독이 쌓인 상태였다.
비행기를 또 타기엔 몸이 지쳐 있었다. "그냥 본섬(오아후)에서 편하게 하자."
철형의 흥정 실력 덕분에 와이키키 다이브 센터에서 3일 8회 다이빙을 합리적인 가격($399)에 예약할 수 있었다.
스누피 5호라는 귀여운 이름의 보트를 타고 케왈로 베이신 하버에서 출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한 선택이었다.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아서인지, 오아후의 바다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난파선은 지중해의 몰타와는 또 다른, 투명하고 쨍한 매력이 있었다.


3. 거북이의 '꽈당' 몸개그 (Sea Tiger Wreck)
씨 타이거(Sea Tiger) 난파선.
입수하자마자 바닥에 누운 거대한 난파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시야가 30미터는 족히 나왔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난파선이 아니라 거북이였다.
난파선 위, 아래, 옆. 고개만 돌리면 거북이였다.
여기가 용궁인가 싶을 정도로 많았다.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 산호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 모든 게 평화로웠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거북이 한 마리가 갑판 위에서 네 발로 꼿꼿이 서 있었다.
알고 보니 물고기(Tang)들에게 몸 청소를 맡기고 있었는데, 중심 잡기가 힘든지 비틀비틀하더니... '꽈당' 하고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려 낑낑대더니 또 꽈당.
거북이의 몸개그를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속에서 웃으면 안 되는데, 레귤레이터를 통해 웃음이 새어 나왔다.

4. 아쉬운 이별: "가이드 형, 왜 벌써 가요?"
YO-257 난파선 포인트.
조류가 세서 하강 라인을 잡고 내려가야 했다.

옆에 산 페드로(San Pedro) 난파선도 있고 볼 게 천지였는데, 가이드 마르코(Marco)가 자꾸 올라가자고 신호를 보냈다.
공기도 남았고 감압도 안 걸렸는데 왜?
알고 보니 일행 중 초보 다이버들의 공기가 바닥났던 것이다.
가이드 입장에선 어쩔 수 없었겠지만, 저 멋진 난파선을 두고 올라와야 하는 내 마음은 찢어졌다.
"안녕 YO-257. 안전 정지라도 오래 할게."
수면으로 천천히 올라가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5. 서핑과 노을: 몸개그 2탄 & 푸드트럭
다이빙 후엔 서핑이다.
거리엔 온통 보드를 든 서퍼들이었다.
나도 호기롭게 보드 위에 올랐다.
철형이 영상을 찍어주기로 했는데, 내가 파도 한번 타고 폼 좀 잡으려니 그는 이미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결국 남은 건 내가 꼴사납게 뒹구는 NG 컷뿐이었다. (진짜 이거보단 잘 타는데, 라고 변명해봐야 소용없었다.)

물놀이 후엔 케왈로 베이신 하버(Kewalo Basin Harbor) 주차장의 푸드트럭이 국룰이다.
갈릭 쉬림프와 스테이크는 와이키키 시내의 절반 가격이었다.
노을 지는 항구, 맛있는 새우, 그리고 저 멀리 터지는 불꽃놀이. 남자 둘이라도 충분히 로맨틱했다.



6. 47일간의 기록: 로그북에 채운 푸른 기억
2016년 4월 16일.
마지막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총 38번의 로그. 이탈리아, 몰타, 이집트, 독일, 멕시코, 마이에미, 쿠바, 캘리포니아, 그리고 하와이까지.
지구 한 바퀴를 돌며 내 호흡기를 거쳐간 공기 통만큼이나 많은 추억이 쌓였다.
차가운 몰타의 바다에서 시작해, 따뜻한 하와이의 바다로 끝났다.
영국인 할아버지의 따뜻한 덕담, 홍해에서 만난 돌고래들, 별똥별 쏟아지던 사막의 밤, 마야 유적의 신비로운 세노테, 쿠바 아바나의 낡은 거리, LA에서 다시 만난 꿈, 그리고 하와이 거북이의 몸개그까지.

모든 순간이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LA에서 하와이까지 함께한 철형님에게 감사하다.
이제 회사로 돌아가 다시 일상을 살 것이다.
하지만 이 47일의 기억은 평생 내 안에 남을 것이다. 힘들 때마다 로그북을 펼치면, 푸른 바다가 나를 위로해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바다로 돌아갈 것이다.
- 스쿠버 다이빙 세계일주 여행기, 끝 -
[Hawaii Dive Info] 오아후 다이빙 정보1. 샵 & 비용 (2016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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