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일간의 물속 세계일주, 두 번째 이야기
사막과 돌고래, 이집트
⚠️ [Editor's Note: 2026년의 회고]
2016년, 10년 근속 휴가로 떠난 47일간의 세계일주.몰타의 차가운 바다를 지나 도착한 곳은 뜨거운 붉은 사막의 나라, 이집트였다.
다시 꺼내 본 로그북에는 영국의 노신사가 건넨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야"라는 말이 적혀 있다.
그 말이 마법이 되었던 후르가다의 밤을 다시 기록한다.
1. 이집트 후르가다, 홍해의 기록
몰타의 차가운 바다를 뒤로하고, 나는 로마를 거쳐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내렸다.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건 붉은색 모래바람이었다. 꼬부랑 글씨들로 가득한 공항 풍경과 훅 끼쳐오는 열기.
그제야 실감했다.
"아, 진짜 이집트에 왔구나."
전 여행지에서 뼈가 시리도록 떨었던 탓일까.
이집트의 뜨거운 햇살이 오히려 반가웠다.
목적지는 홍해 연안의 휴양 도시, 후르가다(Hurghada).
붉은 사막과 푸른 바다가 만나는 곳이었다.

2. 뱃머리에서의 신선놀음 (Diving Life)
다이빙 샵은 이집트 후르가다 유일의 한인 센터인 ‘레드씨 다이브 팀’을 선택했다.
- 26년 1월 기준 아직도 이집트 홍해 [레드씨 다이브팀]이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우리집'이라는 한인 게스트하우스도 함께 하고있어 편하게 지낼 수 있다. 함멧의 김지볶음밥이 생각난다) - 이외에도 후르가다에는 Ilios Dive Club / Red Sea Life 등과 같은 PADI 5 Star IDC 다이빙 샵들이 많이 있다.
매일 아침 항구에서 출항하는 대형 보트를 타고 홍해로 나갔다.
태국 푸켓의 시스템과 비슷했지만, 배에서 주는 뷔페식 점심은 훨씬 더 맛있었다.

3월의 홍해는 물속 수온이 24도 정도로 적당했다.
다이빙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오면 바람이 제법 쌀쌀해서, 다들 젖은 몸을 말리려 뱃머리 햇볕 명당을 찾아 누웠다.
콜라 한 병 들고 2층 데크에 누워 있으면, "이게 바로 신선놀음이구나" 싶었다.

3. "Today is a really good day" (영국 신사와의 대화)
뱃머리에 누워 있다 보면 자연스레 옆 사람과 대화가 시작된다.
영국에서 40년간 도시 설계 일을 하고 은퇴했다는 한 할아버지가 있었다. 은퇴 후 이집트 바다가 좋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나를 소개했다.
한국 회사에서 10년을 일해 받은 휴가로 세계일주 중이라고.
내 이야기를 들은 할아버지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10년 근속 휴가라니, 정말 멋지군요. 축하합니다. 당신의 이집트 여행이 멋진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Really good day)이 될꺼에요.”
그리고 그날, 할아버지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4. 바다에서 만난 친구들 (Wild Dolphins)
파누스 이스트 (Fanous East).
물속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저 멀리서 매끄러운 유선형의 물체가 다가왔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돌고래였다.
수족관이 아닌 자연 상태의 바닷속에서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장난치듯 우리 주위를 맴도는 돌고래 떼. 물속에서도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아니, 실제로 레귤레이터(호흡기)를 통해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우아하게 유영하는 모습, 장난스럽게 다가왔다 멀어지는 움직임. 그들은 우리가 얼마나 설레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시간이 멈춘 듯했다. 아니, 멈췄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다이빙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영국인 할아버지가 보였다.
나는 흥분해서 외쳤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았어요! 오늘은 진짜 최고의 날이에요!”
할아버지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그렇게 말했지.'
5. 화성을 닮은 땅, 그리고 별똥별
다이빙이 없는 날, 사막 투어에 나섰다.
끝없는 모래언덕을 상상했지만, 후르가다의 사막은 달랐다.
거친 암석과 붉은 흙이 뒤섞인, 마치 화성(Mars) 같은 풍경이었다.

다들 기억할런지 모르겠지만 당시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 이른바 '낙타' 공포가 있었다.
(당시에 정부에서 발표한 "낙타 고기는 먹지 말아라"는 주의문구가 기억난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태평했다.
"여기서 낙타 타고 병 걸린 사람 못 봤어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올라탄 낙타 등은 생각보다 훨씬 높고, 의외로 편안했다.

사막 한가운데 베두인 마을에서 저녁을 먹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어둠이 내리자, 머리 위로 별들의 바다가 쏟아졌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별똥별을 본 적이 있었던가.
고개를 젖히고 한참을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낮에는 바다 속 돌고래와 함께 헤엄쳤고, 밤에는 사막에서 별똥별을 세었다.
다이빙으로 채운 바다의 감동이 사막의 별빛으로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Outro. 치유의 시간
붉은 모래바람, 친절했던 사람들, 그리고 행운처럼 찾아온 돌고래와 별똥별.
후르가다에서의 9일은 '힐링'의 시간이었다. 회사 생활 10년의 피로가 홍해의 푸른 물과 사막의 붉은 흙 속으로 스르르 녹아내린 기분이었다.
영국인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
그는 어쩌면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홍해에서는 모든 날이 좋은 날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 에너지를 꽉 채웠으니 다음 여정으로 떠날 차례다.
지중해와 홍해를 지나, 이번엔 카리브해로 향한다.
다음 목적지는 마야 문명의 신비가 숨 쉬는 멕시코 칸쿤이었다.
[Next Episode] 👉 EP.3 멕시코: 마야 문명의 신비, 세노테(Cenote) 다이빙을 가다
[Appendix: Egypt Hurghada Dive Info]
- 여행 기간: 2016.03.15 ~ 03.23 (9일)
- 다이빙 샵: Red Sea Dive Team (한인 샵)
- 수온: 24도 (3mm 웻슈트 추천)
- 주요 포인트: Fanous East(돌고래 포인트), Small Giftun
- 특징: 시야가 매우 맑고 조류가 세지 않아 초보자부터 즐기기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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